[웨이브/영화 추천]<꽃녀> 리뷰 – 배우 윤여정의 데뷔작 다시보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수상을 기록한 윤여정은 무려 50년에 달하는 연기 인생 동안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경력을 구축했다. 이는 ‘윤여정 영화 다시보기’ 열풍이 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 윤여정의 영화를 웨이브에서는 ‘THE:윤여정 #영화’를 통해 컬렉션을 제공한다. 최근 재개봉된 <꽃녀>는 웨이브를 통해 이용권으로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

이미지 출처 : 웨이브 윤여정 주연 한국 영화 ‘꽃녀’

개봉일 : 2021.05.01(재개봉), 1971.04.01(개봉) 장르 : 스릴러, 멜로/로맨스 감독 : 김기영 주연 : 윤여정, 남궁원, 전계현상 상영시간 : 98분 등급 : 청소년 관람 불가

‘꽃녀’는 1960~70년대 한국 영화사에 오래 남을 작품을 만든 김기영 감독의 영화로, ‘하녀’, ‘충녀’와 함께 여성 3부작에 해당하는 영화다. 이 여성 3부작은 사회 가부장제와 산업적 근대화의 물결 사이의 갈등과 충돌을 스타일리시한 표현과 치정극 스토리로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충녀’는 윤여정의 영화 데뷔작이자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그 연기력을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등장인물

사랑의 욕망에 불타는 가정부 명자(윤여정)

시골에서 자란 소녀로 자신을 강탈하려던 남자에게서 도망치다 사고를 내고 서울로 도망치듯 올라온다. 동식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와 그에게 위협을 받고 집착을 느끼게 된다. 그 집착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타오르고 그녀 자신과 동성 가족을 불태운다. ‘국민 할머니’에 등극한 윤여정은 첫 데뷔작부터 과감한 캐릭터를 맡았다. 어린 모습과 달리 강한 욕망을 발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욕망과 명예 사이를 헤매는 가장 동식(남궁원)

작곡가로 일하는 동식은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위해 여자를 조심하려 하지만 술에 취해 명자를 약탈하는 사고를 내고 만다. 이후 명자의 욕망으로 인해 점점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며 가부장제의 몰락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70년대 유명 영화배우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인기상을 받은 남궁원은 전 한나라당 의원이자 기업인인 홍종욱의 아버지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영화로 제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모든 것을 잃은 비련의 아내 정숙(정계현)

양계장을 운영하면서 남편 대신 가정경제를 담당하는 정숙은 일손이 부족해 명자를 집에 들여보낸다. 남편에게 접근하는 여자들을 명자를 통해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명자가 약탈당해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린다. 어렵게 유지해온 가정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최초의 TV 탤런트 출신 영화배우인 전계현은 5년 연속 여러 차례 흥행 1위 영화에 출연한 명품 조연 배우다. 주연으로는 1969년 ‘잊혀진 여자’를 통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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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에 담긴 치정극의 매력

작품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한다. 집주인과 가정부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은 그 범인을 찾으려고 분투한다. 이미 범인이 지목됐음에도 형사는 집주인의 아내를 강력한 범인으로 의심하고 추궁한다. 이후 영화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를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이 흐름의 중심은 치정극이다. 시골 소녀 명자는 도시로 상경한 뒤 양계장 주인 정숙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자신을 찾아오는 가수 지망생들에게 실수하는 것을 가장 경계하던 동식은 술김에 명자를 약탈하고 그가 가장 원치 않았던 삼각관계에 빠진다. 노골적으로 동식에게 애정 공세를 펼치던 명자는 정숙을 라이벌로 인식하고 견제하기 시작한다. 이에 정숙도 가만히 있지 않다. 그녀는 아키코(明子)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이에 질세라 아키코(明子)도 정숙을 위협한다. 한 가족이 치정극이 벌어지자 스릴러의 묘미인 서스펜스가 형성된 것이다.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두 여성이 한 집에서 남자를 놓고 경쟁하는 모습은 상당한 긴장감을 내포한다. 특히 명자의 경우 순진한 모습을 한 시골 소녀가 그 모습을 유지하면서 강한 욕망을 쏟아낸다는 점에서 섬뜩하다. 무엇보다 섬뜩한 것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명자의 모습이다. 약자의 위치에서 점점 강자가 되어가는 명자는 동식과 정숙의 숨통을 조여온다. 이미 도입부에서 결말을 알고 있어도 도대체 왜 그런 결말이 났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욕망에 불타버린 꽃녀의 슬픔

명자가 시골에서 도시로 오게 된 이유는 성적 욕망 때문이었다. 한 남자가 그녀를 강간하려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사고를 치게 된다. 당시 사회적 인식상 아키코(明子)의 행동은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았다. 도시에 온 젊은 시골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들은 원치 않는 상태에서 몸을 파는 상황에 직면해야 했고, 이를 거절하자 강제적인 방법이 쓰였다. 인신매매가 흔한 시대에 아키코(明子)는 살아남기 위해 가정부의 길을 택한다.

명자가 무보수로 가정부로 들어가 정숙에게 건 조건도 좋은 곳으로 시집가는 것인 만큼 명자는 자신의 순결을 소중히 여기려 한다. 이 순결이 동식에 의해 파괴되는 순간, 그 책임이 동식에게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동식과 정숙은 그 책임에서 일어나려 하고 명자에게 큰 고통을 주기에 이른다. 자신과 동식 사이의 아기를 잃은 명자는 폭주하며 동식을 잡고자 욕망을 분출한다.

화녀의 꽃은 부처님의 글씨를 쓴다. 아키코의 사랑과 욕망이 타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빨리 타오르는 것은 쉽게 재가 된다. 남겨진 재는 슬픔을 보여준다. 자신이 지키려 했던 모든 가치가 무너진 명자에게 남은 것은 분노와 욕망뿐이었다. 이 감정을 재빨리 불태운 명자는 그 찬란한 불꽃 뒤에 초라한 재가 되고 만다. 이 감정적인 격화를 보여주며 영화는 슬픔을 자아낸다.

살아있는 쥐를 맨손으로 만지는 극악의 연기를 선보였다.

비를 피하는 윤여사의 장난꾸러기 미소…

윤 여사가 말한 극악의 난이도였던 계단 촬영 장면

24세 윤여정의 놀라운 연기

47년생 윤여정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한 연기 활동과 다양한 배역을 맡아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장에는 나이가 상관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류 열풍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에도 탄력이 붙었다. 윤여정 역시 이 흐름을 따라 할리우드에 진출해 가장 높은 성과를 이뤄냈다. 이 비결은 신인 시절부터 강했던 도전정신과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꽃녀’는 감정적인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영화다. 순박한 시골 소녀가 욕망의 화신이 되어가는 과정을 각 사건에 따른 변화와 그에 맞는 감정으로 표현해야 했다. 싱그러운 미소가 섬뜩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심리적 긴장감을 더하는 윤여정의 연기는 감상의 묘미를 더한다. 작은 체격에서 발산되는 강한 에너지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참고로 이 시대는 그래픽이 발전했을 때가 아니라 촬영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맨손으로 쥐를 잡는 것은 물론 후반 절정 장면인 명자가 동식의 다리에 매달려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도 실제로 촬영했다고 한다. 머리가 계속 쿵쿵 계단에 부딪혀야 했던 것은 물론 당시 나무 계단이 지금처럼 대패걸이가 잘 된 것도 아니고 몸에 가시가 박혀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얼마나 현장 분위기가 심각했는지 상대 배우의 고생을 본 동식 역 남궁원이 아예 못 찍겠다며 감독에게 항의했고, 다리만 나오는 그 장면은 김기영 감독이 대신 촬영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참고로 김기영 감독은 윤여정 배우에 대한 애정이 돋보였는데, 계속 쫓아가서 같이 영화를 찍자고 요구했고, 이후 ‘충녀’에도 윤여정을 캐스팅한다. 이 영화에서는 얼굴 위로 여러 마리의 쥐가 떨어지는 극악의 촬영을 실제로 했다고 한다. 다시 떠올랐을 때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이때의 도전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배우 윤여정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본원고는 wavve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서, 「wavve」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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