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는 암흑 물질] 다중신호 천문학과 우주 암흑 물질·에너지

20세기 말에 드디어 인류는 우주의 기하학적인 형태는 평평하고 우주 질량-에너지 밀도의 약 27%는 암흑 물질, 68%는 암흑 에너지라는 이상한 물질·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암흑 물질·에너지의 정체는 오리무중이다. 여기 허블 상수 조차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와 초신성을 사용하고 측정한 값이 각각 약 67km/sec/Mpc, 74km/sec/Mpc로 4-σ 이상으로 명확히 차이가 있다는 “허블 갈등(Hubble tension)”가 우주론의 새로운 난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다양한 우주론 난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연구 방법으로서, 다중 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이 주목된다.기존의 우주 관측은 빛, 즉 전자파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다중 신호 천문학에서는 빛 이외에도 다른 신호를 동시에 사용하고 우주를 연구한다. 여기서 빛이 아닌 신호와 중력파, 중성미자, 우주선 입자 등을 가리킨다. 2017년부터 본격화된 다중 신호 천문학을 소개하고 뉴트 리노를 비롯한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그리고 허블 갈등 해결에 다중 신호 천문학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다중 신호 천문학은 어떤 천체 현상을 광신호뿐만 아니라 중력파, 중성미자와 같은 다른 신호를 사용해 연구하는 새로운 연구 방법이다.다중 신호 천문학의 시작

다중 신호 천문학의 시작은 1987년 2월 23일 우리 은하의 위성 은하인 테마젤란 은하에서 나타난 초신성 SN 1987A 관측으로 볼 수 있다. 테마젤란 은하는 우리 은하에서 16만 광년 거리에 있는데 SN 1987A는 1604년 케플러 초신성 이후 발생한 초신성 중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초신성이었다. SN 1987A 초신성 폭발 시 발생한 중성미자 검출이 처음 이뤄지면서 빛과 중성미자에서 동시에 천체 현상을 관측하게 된 것이다. 중성미자는 암흑물질 중 ‘뜨거운 암흑물질’ 후보 입자로, 최근 들어 중성미자 질량이 0이 아닌 사실이 밝혀지면서 암흑물질의 한 종류로 자리매김했다.

(왼쪽)다중 신호 천문학의 시작을 알린 SN1987A의 모습(화살표의 모습)및(오른쪽)SN1987A폭발 때 검출된 뉴트 리노 신호 중의 뉴트 리노의 질량 측정법의 하나는 멀리 있는 천체에서 발생한 중성미자와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차를 파악하는 것이다.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으면 빛보다 늦어지면서 질량이 클수록 빛과 중성미자의 지구 도달 시간에 시차가 생긴다. SN 1987A의 경우 중성미자와 빛이 거의 동시에 지구에 도달하고 이를 통해서 광속과 중성미자의 속도 차이는 광속의 10-9배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성미자 질량 한계 수치가 m<<12eV, 또는 우주를 평탄하게 하기 위한 질량-에너지 밀도의 26%이하라고 결론이다. 지금 중성미자 질량이 이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이 다른 관측을 통해서 알려진 상황이지만, 다중 신호 천문학이 암흑 물질 연구에 사용되는 것을 나타내는 좋은 예다.2010년대 들어 아이스 큐브, 안타레스 등 신세대 중성미자 천문대가 나타나고 더 먼 곳에서 발생한 중성미자 검출이 가능했다. 이런 사건이 지금까지 한가지 보고됐지만 2017년 9월 22일 발생한 아이스 큐브-170922A라는 높은 에너지 중성미자 사건이다. 비슷한 시간대에 열린 전자파 관측에 의한 중성미자 발생원이 TXS0506+056이라는 37.8억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블레이저(활동 은하 핵의 일종)로 확인됐다. 대 마젤란 은하 거리의 약 23,600배에 해당하는 먼 거리에서 생긴 사건을 통해서, 중성미자와 차가운 암흑 물질 간 상호 작용 특성을 이용한 암흑 물질 연구가 이루어졌다. 일부의 암흑 물질은 중성미자와 상호 작용한다고 예측되지만 그 경우 중성미자가 다중 은하(단)에 널리 분포하는 암흑 물질을 통과하면서 중성미자의 양이 확실히 줄어든 뒤 우리에게 도달하게 된다. 아이스 큐브-170922A에서 온 중성미자 신호에 이런 효과를 적용하고 암흑 물질 특정 질량에 대한 질량 상한치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충돌로 합성되는 두 중성자별 상상도 ⓒNSF/LIGO/Sonoma State University/A. Simonnet 본격적인 연구 개시

중력파를 활용한 다중 신호 천문학이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라이고(LIGO)·건물 고(Virgo)중력파 검출기가 두개의 중성자 별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발견하고이다. 블랙 홀 병합에서는 블랙 홀 특성상 전자파 신호의 발생이 일어나지 않지만 중성 자성 2개가 병합하는 과정 또는 중성자 별과 블랙 홀이 병합하는 과정에서 중성자 별에서 떨어진 물질이 “킬로 노바”라는 광신호를 나타낼 수 있다, 중성자 별 합병은 다중 신호 천문학 대상으로 크게 기대를 모았다.이러한 중성자 별 합병 사건이 2017년 8월 17일 중력파에서 처음 발견되고 중력파와 전자파를 이용한 다중 신호 천문학이 첫발을 내딛게 됐다. 이 사건은 발생 연월일과 중력파(Gravitational Wave)의 머리 글자를 따서 GW170817으로 명명되어 우주론 연구에 매우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중력파를 사용하여 중력파 사건까지 거리(광도 거리)을 측정하여 전자파에서 포착한 중력 파원의 모어 밑의 적색 이동치를 기존의 광학 관측으로 구한다면 거리와 후퇴 속도의 관계를 요구할 수 있으며, 우주 팽창율 측정이 가능하게 된다. 암흑 에너지의 발견에 크게 기여한 초신성 등 기존의 거리 측정 방법은 빛을 이용한 경험식에 기초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중력파를 이용한 다중 신호 천문학 방법은 기존 방법과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견고한 물리적 법칙에 근거하고 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에, 기존 방법의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관점에서 우주의 팽창을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

GW170817다중 신호 연구의 진행 과정의 요약. 중력파와 전자기파에서 우주론 연구를 실시한 최초의 사례로 GW170817을 이용한 연구에 의한 허블 상수가 1)70+12-8km/sec/Mpc로 측정됐다. 측정 오차가 다소 크지만 다중 신호 천문학을 통한 우주론 연구의 잠재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GW170817은 비교적 가까운 40Mpc에 위치한 NGC4993은하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지만 앞으로 좀 더 먼 곳에서 일어난 중성자 별 합병 중력파 사건이 많이 발견되면 우주의 물질과 암흑 에너지 밀도에 대한 정밀 측정에 다중 신호 천문학이 활용할 수 있을 것. 앞으로 수년 간 펼쳐지는 중력파 관측 기간 동안 수십개 이상의 중성자 별 합병 사건에 대한 다중 신호 천문학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허블 갈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1)1)$\combi<70}_{-8}.{+12}$70+12− 8

GW170817 다중 신호 연구 진행 과정 요약. 중력파와 전자파로 우주론 연구를 수행한 최초의 사례인 GW170817을 이용한 연구에 의해 허블 상수가 1)70+12-8km/sec/Mpc로 측정되었다. 측정 오차가 다소 크지만 다중신호 천문학을 통한 우주론 연구의 잠재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GW170817은 비교적 가까운 40Mpc에 위치한 NGC 4993 은하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는데, 앞으로 좀 더 먼 곳에서 일어난 중성자별 합병 중력파 사건이 많이 발견되면 우주의 물질 및 암흑에너지 밀도에 대한 정밀한 측정에 다중신호 천문학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수년간 펼쳐질 중력파 관측 기간 동안 수십 개 이상의 중성자별 병합 사건에 대한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허블 갈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1) 1) 1) $\combi{70}_{-8}^{+12}$70+12−8

앞으로 매년 수백 건 이상의 중력파 사건이 발견되어 다신호 천문학의 전성기가 도래할 것이다 ⓒAPS/Carin Kain 다중신호 천문학 우주론의 미래

다중 신호 천문학을 이용한 우주론 연구의 장래는 매우 밝다. GW170817의 발견의 선두에 선 라이고과 빌 고 등 3대의 중력파 검출기 외에도 일본의카구라(KAGRA)중력파 검출기가 최근 가동을 시작하고, 몇년 후에는 인도에도 라이고 검출기의 카피가 설치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우주에 설치되는 리사(LISA)중력파 천문대, 라이고의 기선의 길이를 10배로 늘린 코스믹 익스플로러 등 차세대 중력파 천문대가 가동되면 그동안 연구가 어려웠다 거대 질량 블랙 홀, 초신성 등에서 발생하는 중력파 연구가 가능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서 중력 파원의 위치 결정 정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면 블랙 홀 합병)현상으로 중력파 사건의 모 아하 특정도 가능하게 된다. 블랙 홀 합병 현상을 활용한 다중 신호 천문학 범위가 적색 이동 6,7에 이르는 초기 우주까지 크게 확장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연간 수백 수천의 중력파 사건을 이용한 다중 신호 천문학 우주론 연구가 일상적인 것이다.한국에서도 새로운 다중 망원경 시스템 건설, AI을 조합한 연구, 중간 질량 블랙 홀 연구를 위한 중력 천문대 건설, 한국 중성미자 천문대(KNO)건설 등을 시도하면서 다중 신호 천문학 연구에 본격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다중 신호 천문학 우주론 연구를 한국이 주도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임명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미국 존스홉킨스대 물리및천문학과에서 관측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유명한 우주망원경연구소와 UC 산타크루즈/릭 천문대에서 박사학위 연구원으로, 캘리포니아공대 적외선우주망원경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을 역임한 뒤 2003년부터 서울대에 재직하고 있다.※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는 과학기술의 대중화와 과학문화의 확산을 도모하기 위해 월간 ‘과학기술’과 ‘한국과학기술총 Webzine’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립니다.월간 과학과 기술 구독 문의 : 02) 3420-1243/[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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