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암 일으키는 자궁경부암 바이러스 턱밑에 혹이 있다면 의심

편도암의 90% 이상은 HPV 양성, 한국에서 10년간 2.3%씩 증가하는 부분의 성접촉에 의해 감염되며 음식을 삼킬 때마다 이물감 등 동반암이 1㎝ 이상이면 덩어리를 만져 HPV 백신 예방 효과는 검증이 필요하다.

국립암센터 이비인후과 석중걸 전문의가 편도암 의심환자의 입 안쪽을 내시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A(50) 씨는 4년 전 턱밑을 혹이 만져 병원을 찾았다가 편도암 1기 판정을 받았다. 편도선에서 시작된 암은 주변 림프절까지 퍼져 있었다. 그런데 조직검사에서 자궁경부암 등을 일으키는 ’16형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확인됐다. A 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술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편도암의 주요 원인인 흡연, 음주와는 무관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유형이었다. A씨는 “언제 어떻게 옮겼는지 모르는 HPV가 암의 원인이라고 하니 기가 막혔다”고 털어놨다.

편도암은 넓게는 비인두, 구인두 편도 조직에 생기는 악성 종양의 모든 것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편도선’이라고 불리는 구개편도에 발생하는 암을 말한다. 입 깊숙한 부위의 구인두에 생기는 암 가운데 편도암이 가장 흔하다. A씨처럼 HPV 감염과 관련된 구인두암은 편도와 혀 뿌리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를 ‘HPV 양성(+)구인두암’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 흡연과 음주 비율이 지속적으로 줄면서 술·담배 원인인 구인두암은 감소하고 HPV 양성구인두암이 증가하는 추세다.

중앙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19년 기준 편도암은 559명, 편도암을 제외한 나머지 구강 인두암은 132명이 발생했다. 20년 전인 1999년(각 284명, 77명)에 비해 각각 1.97배, 1.71배 증가했다. 특히 편도암은 90% 이상이 HPV 감염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연구에 따르면 2017년 발생한 543명의 편도암 중 HPV 양성은 95.2%(517명)를 차지했다. HPV 양성 편도암은 1999년 109명에서 2017년 543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HPV 양성 설근암은 65명에서 125명으로 1.9배 증가했다.

구인두암은 크게는 뇌 아래 얼굴과 목에 발생하는 암을 일컫는 두경부암으로 분류되는 두경부암의 대표적 발병 원인이 흡연과 음주다. 구강, 인두(구인두·비인두·하인두), 후두 점막은 발암원에 일차적으로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두경부암 발병 위험이 12~15배 높다. 음주도 그 자체가 해롭지만 흡연의 해악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더 좋지 않다.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하면 두경부암 위험이 20~30배 커진다. 전체 두경부암의 70~80%는 흡연, 20~30%는 HPV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HPV는 대부분 성접촉에 의해 옮겨진다. 이 때문에 구강 성교 등 활발한 성생활이 두경부 영역 HPV 감염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HPV는 신체 아래에서 감염돼 혈액을 타고 위쪽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국립암센터 희귀암센터 석중걸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25일 HPV는 일반적으로 성관계로 감염되지만 드물게 분만 시 모체의 산도를 통해 태아에게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구강 성교가 100% HPV 양성구 인두암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것은 흡연이 HPV 감염과 암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흡연 자체가 유전자 조작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이며, 구인두 등 구강 점막의 면역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HPV 감염에 대한 저항을 약화시킨다. 특히 편도 조직은 해부학적으로 점막에 패인 홈과 같은 구조가 있어 HPV가 침투하기 쉽다. 감염되는 HPV 유형은 95% 이상이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16형이다.

정유석 국립암센터 이비인후과 과장은 “지난 10년간 미국, 유럽 등에서 편도암이 매년 2~3%씩 증가했는데 HPV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지어 이를 ‘HPV 대유행(HPV pandemic)’이라고 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한국에서도 10년간 편도암이 2.3%씩 늘고 있어 서유럽에 비해서는 완만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HPV 관련 암은 지속 증가 추세에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인두암도 다른 암과 비슷한 방식으로 치료하며 편도암의 경우 초기(1·2기)에는 수술이나 방사선으로만 치료를 종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4기 편도암은 항암치료를 병행한다. 치료 예후는 좋은 편이다. 편도암 초기에는 밖에서 인지하기 어렵지만 림프절 전이가 생기면 귀 밑 턱 아래 부위에 이상을 느낀다. 음식을 삼킬 때 불편함이나 이물감이 따른다. 암이 1㎝ 이상이면 샤워할 때 덩어리가 만져지고 2㎝가 넘으면 부풀어 보인다. 석 전문의는 “턱 아래로 뭔가 닿으면 단순히 림프선이 붓거나 시간이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HPV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한 성생활이 중요하다.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해 널리 권장되는 HPV 백신은 편도암 예방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효과에 대한 확실한 통계적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다. 석 전문의는 “일부 소규모 연구에서 백신 접종이 구강인두 HPV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입증됐지만 관련 암 발생을 줄인다는 공식 보고는 없다”고 말했다. 향후 HPV 백신이 인두암 발생 감소에도 기여한다는 사실이 확실히 밝혀지면 현재 자궁경부암 중심의 HPV 백신 정책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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