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하늘을 보면 무엇을 볼 수 있습니까? 심채경 지음 『문학동네』

속았어요.제목만 보면 검은 하늘에 보이는 우주와 별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자, 다른 우주와 별을 말합니다. 행성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사소한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어요.

밤하늘을 본게 언제인지

속으로는 천문학자의 삶이 힘들어도 부러웠어요. 밤새 깜깜한 하늘의 별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요? 내가 어렸을 때 외갓집에 놀러가면 밤하늘의 별들을 마음껏 볼 수 있었어요. 산더미에서 해가 산등성이를 넘자 제 발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다만 하늘에는 꽉 찬 별빛이 있었습니다. 너무 옛날 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별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흥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는 외갓집에 가도 밝은 빛 때문에 더 이상 많은 별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렸을 때 봤던 하늘이 너무 그리워졌어요.

모든 선생님이 이런 마음이라면

저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합니다. 아마 비주류 학문이기 때문이 아니라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학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제 기준으로 봐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대학에 갈 필요는 없잖아요. 말 그대로 대학이라는 곳은 학문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곳인데, 현대 대학은 과연 그런 곳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냥 일하는 기계를 만들어 내는 곳이라면 대학이라는 곳이 왜 존재해야 할까요? 생산성 있고 합리적인 사람을 원한다면 대학은 필요 없지 않을까요?

밤하늘 우주를 보면.

우주의 별을 본다는 것은 철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구 깊숙이나 우주에 대해서는 인류가 알고 있는 사실은 거의 없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저는 키가 몇살이고 몸무게는 얼마이고 성격은 어떤가 하는 것 말고.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관계 속에 있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나는 행복한가? 등 정말 자신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요? 가족들도 그렇겠죠. 내가 우리 부모님을 내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처럼 우리는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생각했을까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인데 제 아이가 제가 아니잖아요. 부모님이 내가 아니듯이. (이 사실만 잘 아는 것만으로도 아이와의 관계는 많이 좋아질지도…) ^^

나그네

가장 인상깊었던 글입니다.

지구 밖으로 나온 우주비행사처럼 우리도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을 탄 여행자들이다. 왜 우리의 삶이 그렇게 찬란할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뭐든지 아름다워 보이니까. 손에 뭐 하나 쥔 게 없어도 콧노래가 흐르니까.”p.259

아직 생각이 짧아서 사람에게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는 게 여행이라고 하는데 여행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저는 지구를 100년도 안 돼 여행하고 있는데 콧노래는커녕 미소지은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우주의 시간으로 보면 찰나의 시간인데…

우리

‘우리’라는 말은 대한민국 사람들만 많이 쓰는 줄 알았어요. 항상 사용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거기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논문에서는 저자를 우리라고 부르는데 그게 한국인이기 때문이 아니었죠. 지구인이기 때문에 인류이기 때문에 ‘우리’라고, 저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인류의 대표이기 때문에 ‘우리’라는 말에 제가 그동안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라는 많은 스스럼없이 사용하려고 합니다. 인류의 대리자로서요.

에세이를 자주 읽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은 정말 금방 읽었어요. 요즘 출간되는 에세이는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불편한 부분이 조금 있습니다. 위로가 된다기보다는 사회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요. 교수님처럼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멍하니, 담담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말하는 것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나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확실히 즐거움도 있습니다. 놀면 뭐 해?’ ‘아니고 ‘우리 재밌게 놀아보자’라고 외치며 살면 인생이 재밌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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