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기적일지도 몰라 최희서 책발전소 북클럽 8월

아이의 방학이 끝나면 책 한 권을 읽는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역시 이때인 줄 알고 7월 말 받은 책 발전소 북클럽 ‘8월의 도서’를 바로 꺼내 앉았다.

어머? 영화의 열로 강한 인상을 남겨준 그 배우 최희서 씨의 얼굴이 여기 있네.이번에 작가 최초로 에세이를 발간했다고 한다. 세상에 연기도 잘하는데 책도 냈다니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졌다. 나 역시 그녀의 첫 관객이 된 것이다.

서른이 넘은 나이, 지금의 최희서라는 배우가 있기까지의 이야기, 혼인에 관한 이야기 등 꼭 여배우이기 때문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불안감, 삶에 대한 고민을 함께 경험하고 또 어떻게 극복하고 발전해 나갈지 생각해보게 됐다.

순간적으로 몰입해 그녀가 오디션에 합격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함께 기뻐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어떤 트라우마, 어떤 좌절의 순간도 시간이 흐르고, 벌떡 일어나 긍정의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주는 일에 나도 함께 일어났다.

이달 웨비나에 배우이자 작가인 최희서 씨가 함께 한다고 한다. 너무 기대되고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을 통해 더 커져버렸다.

p.24 인생과 뗄 수 없는 직업을 가진 나는 직업과 뗄 수 없는 내 인생도 소중히 다뤄야 한다. 내 인생에서 내가 숨기려는 무언가가, 내가 신통치 않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파내야 한다. 그것을 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두려워할 수는 없다.

p.27이지만 속으로는 혼인에 대한 주령의 말이 자꾸 묻어난다. 혼인은 친구를 갖는 것. 죽더라도 나를 따돌리지 않는 동료 한 명이 내가 할 수 있는 일.

p.94 마음보다 생각이 같은, 가치관과 이념의 방향성이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서로를 향한 사랑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처럼 흔들릴 수 있지만 마음의 밭인 ‘생각’이 같다면 변화하는 계절 속에서도 두 사람의 땅에 함께 발을 들여 지킬 수 있을 것이다.

p.113 어둠은 차갑고 바람은 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지금도 버티고 서 있다.

포지션 안 했으면 좋겠어.

p. 193 세상은 내가 해낸 일을 기억할 뿐 그 과정을 헤아릴 수도, 기억할 수도 없다. 그 과정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과 그 과정을 함께 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p. 207 ‘어렵다’ ‘잘 모르겠다.’ “내 한계인가 보다.”…그런 약한 말은 내뱉는 순간 내 발목을 잡고 놓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말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모멸감이 밀려올 줄 알았는데 왠지 묘하게 기분이 좋다. 개운한 눈물이 쏟아져 나오다.오뚝이처럼 일어나 밝게 극복하지 않아도 돼. 하루하루가 꼭 장벽을 넘어 이겨내야 할 숙제는 아니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어도 좋아.’

p.218 우리가 하는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산다는 것은 매일 자기 자신을 단련하고 견디는 것이겠지? 이겨내기와 진실 찾기에 몰두하던 31살 윤자영, 32살 최희서를 거쳐 36살 최희서가 묻는다.(중략) 그 단련의 끝이 설사 실패한다 해도 그 하찮은 내 모습을, 그 진실한 내 모습을 나는 견디고 있는가.

p.246 어쩌면 기적은 비범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적은 매일 조금씩 늦게 일어나고 있었다. 겨우내 땅 위에 보이지 않아도 땅 밑에서 봄을 준비하던 여러해살이풀처럼 말이다.

p.254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힘내라, 괜찮은가” 등의 위로의 말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굳이 어떤 말도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영란호의 바람이 불어오는 바닥에 다른 조문객들과 함께 앉아 B가 가져다 준 배추국과 멸치볶음과 오징어무침을 맛있게 먹는 것이다. 그것들을 안주로 나는 작은 종이컵에 맥주를 따르고 S는 캔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B가 앞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가슴 아픈 날이 기억할 때마다 너무 차가워지지 않도록 잠시 그 안의 작은 풍경으로 남을 것이다.

p.273 ‘일단 살아보는 거야’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느껴지는 그 대담한 여유. 오만함도 자아도취도 아닌, 단지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나 스스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적당한 평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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