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기 (21) 녹내장 환자의 삶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녹내장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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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전히 살자, 나는 틈날 때마다 환자들에게 “얌전히 살라”고 얘기한다. 왜냐하면 남들과 달리 보인은 녹내장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녹내장이 없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과로하고 스트레스에 젖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요즘처럼 먹고살 수 없는 세상에서 직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직업을 찾기도 어렵고, 가진 직장도 악착같이 유지하면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가끔은 녹내장 치료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려는 환자가 있다. 물론 눈이 보여야 직장생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눈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마다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녹내장은 죽을 병이 아니다. 혈압이 높다고 해서 당뇨병이 있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은가? 녹내장도 마찬가지다. 안약을 넣는다고 직장을 그만둘 필요도 없고 수술을 받기 위해서도 역시 그럴 필요가 없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인생이 더 편해지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겠지. 안약의 부작용으로 충혈이 심해 사람을 대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수술을 받기 위해 단 며칠이라도 휴가를 내기 어려운 직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병은 알리고 자랑하라고 했다. 내가 녹내장에 걸렸다는 것을 주변에 알리고 치료제 때문에 충혈됐다는 것을 주변에서 이해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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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직장에서 불가피하게 과로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몸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과로했다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그동안 못했던 취미생활에 몸이 힘들 정도로 집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밤새 컴퓨터 게임을 하면 다음날 안압이 높은 상태에서 병원에 오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도 어쩔 수 없이 회식 자리에서 음주하게 될 수도 있고 동료와 흡연해야 하는 분위기에 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때 영리하고 얌전히 피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병을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하지만 만약 오해를 받거나 손해를 봤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오늘의 한 문장◀녹내장에 걸린 사실을 숨기지 말고 주변에 널리 말해 양해를 구하자.

▶생생한 경험담◀녹내장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걱정하고 위로해주는 많은 분들이 오셨다. 그분들의 소소한 말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아 든든한 힘이 됐다. 나보다 먼저 녹내장 진단을 받은 분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좋은 영양제를 추천해줬다. 병은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널리 자랑하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물론 얌체라는 단어에는 부정적인 어감이 있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과 얌전히 사는 것은 차이가 있지만 의미상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안다.

요즘 세상에서 녹내장 환자에게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갈망하는 놈이 있다면 그가 바로 쓰레기다. 녹내장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여긴 아무 쌍팔년도 군대 내무반도 아니고 술 담배 안하면 까다로운 사람 취급? 아무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당당하게 내 몸은 내가 지키는 삶을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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