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천문 학회 후기

매주 작문 챌린지는 단 일주일 만에 실패했다.

지난주에는 LA 파사디나에서 열린 미국천문학회에 다녀왔다. 토요일에는 어떻게 하면 좋은 발표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워크숍을 들었고 일요일에는 여러 워크숍이 있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본격적인 학술대회는 월-목 4일간이었다.

미국천문학회는 일반적인 구두 발표와 포스터 외에도 NASA의 탐사계획 브리핑, 기자회견, 다양성과 윤리에 대한 세션, 일자리 찾기 세션, 학술상 수상자 초청 강연 등 매우 다양한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 참석자가 워낙 많다 보니 구두 발표 시간은 매우 짧지만 발표 5분+질의응답 3분+발표자 교체 등 버퍼타임 2분 만에 1인당 단 10분만 주어진다. 아래 사진은 오전 10:00~11:30 사이에 일어나는 일정인데, paralession이 무려 18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많은 발표 중 무엇을 들을지 계획하는 데만 시간이 걸렸다. 특정 기기 사용자 모임 등 비교적 주제가 제한된 일정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아침 8시에 시작해 저녁 5시 반에 끝났지만 저녁을 먹고 돌아와서는 다음날 발표 일정과 초록을 핥고 일정을 짜는 데 잠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초청 강연을 한 닉 스코빌 가로되, “천문학자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5분만 주어지는 구두 발표 특성상 세부 사항을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대부분의 발표가 핵심 메시지만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간단해 보이는 연구라도 테크니컬한 부분이 매우 많을 텐데 그것을 잘 날리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술은 대체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깊은 내용을 배우기는 어렵지만 현재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대략적인 느낌을 얻기에는 좋은 포맷인 것 같다.

기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내가 읽은 논문의 저자를 만났는데 그 사람도 내 논문을 읽고 아는 상태에서 오! 네가 걔였어? 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고 예전에 방문 연구를 했을 때 만나기도 하고 앞으로 모여서 만날 대학원생들도 만나서 얘기했다. 한 사람과는 지나가는 말 반, 진심 반이겠지만 나중에 같이 협업하자고도 했는데 실제로 이런 식으로 협업이 많이 이뤄질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 사람의 발표를 들은 후 의도적으로라도 질문을 하고 나의 존재를 알리는 홍보 활동도 잊지 않았다. 학회의 본질은 홍보와 네트워킹이기 때문에.

저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최신 기술을 이용해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을 보고 물론 그 대학원생들이 잘하는 것도 있겠지만 아직은 연구 인프라 격차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섭이 많고 적은 것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한국대학원에는 포섭이 별로 없다).

곧 광명역에 도착해서 일기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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